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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투스』 필사 – 나를 지배하는 무형의 힘을 마주하다

by 필사의 하루 2025. 5. 25.

주말 아침, 조용히 책 한 권을 펼쳤습니다. 『아비투스』 – 우리를 지배하는 무형의 힘이라는 이 책은, 첫 문장부터 날카로웠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제 내면을 끊임없이 흔들었습니다.

읽으며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였습니다. “나는 왜 이런 선택을 해왔을까?” 그리고 그 질문에 답을 주는 단어가 바로 아비투스(habitus)였습니다.

📚 아비투스란 무엇인가 – ‘나’의 배경을 구성하는 무형의 구조

‘아비투스’는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제시한 개념으로, 개인의 습관, 취향, 가치관, 판단 기준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설명하는 말입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자라온 환경과 사회적 맥락 속에서 몸에 밴 무의식적인 행동과 사고방식을 뜻해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트로트를 좋아할 때, 단순히 ‘개인의 취향’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비투스』는 그 배경에 가족, 교육 수준, 사회 계층, 문화 자본 등이 반영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선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선택은 이미 구조에 의해 제한되어 있다.” 이 책은 그렇게 말하며, 내 삶의 많은 부분을 다시 보게 만듭니다.

🖋 필사로 만난 『아비투스』의 문장들

"우리가 ‘자연스럽게’ 느끼는 것들은 사실 배운 것이다." 이 문장을 필사하면서 손이 멈췄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옷차림, 말투, SNS에 올리는 사진 스타일까지. 그 모든 것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환경과 구조 속에서 학습된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또 다른 문장도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인간은 자기가 속한 세계를 재생산하며 살아간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말과 행동 속에는, 자라온 환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말이었어요.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저는 손으로 문장을 따라 쓰며 저 자신을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책장을 넘기면서가 아니라, 펜을 움직이며 문장을 필사하는 그 순간에야 비로소 그 의미가 저의 언어로 번역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필사를 하며 달라진 시선

『아비투스』는 단순한 철학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외부에서 찾지 않고, 지금 내가 살아온 삶의 방식, 말투, 소비 습관,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저는 필사를 하며 그동안 내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는 방식, 주말에 글을 쓰는 루틴, 글쓰기 스타일—모두가 나만의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속에서 형성된 ‘아비투스’라는 틀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삶이 조금 더 넓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내가 바꾸고 싶은 것도, 유지하고 싶은 것도, 이제는 ‘왜 그런지’를 이해하게 되었으니까요.

☕ 조용한 루틴 속 깊은 독서

주말 아침, 커피 한 잔과 함께 『아비투스』를 펼쳐 보세요. 생각보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조용한 집중이 가능한 시간이라면 깊이 있는 사유와 통찰을 얻기에 충분한 책입니다.

그리고 꼭 필사와 함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책 속 문장을 따라 쓰는 그 시간 동안, 우리는 나 자신을 더 깊이 바라보게 됩니다. 무심코 넘겼던 문장이 손끝을 따라 적히며 가슴속에 새겨지는 순간, 그 문장은 더 이상 책 속의 문장이 아니라 내 생각이 됩니다.

필사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사유의 도구이자, 자신을 이해하는 거울입니다.

📖 다음 필사로 이어지는 연결

『아비투스』를 읽고 난 후에는, 마쓰우라 야타로의 『나만의 기본』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삶의 기본기를 다시 정리하고 싶은 분들께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또는 은희경 작가의 『새의 선물』처럼 문학 작품 속에서도 아비투스라는 개념을 곱씹으며 인물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은 독서가 될 거예요.

이처럼 한 권의 책이 다음 책을 부르고, 그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지속 가능한 독서 루틴이자 필사 루틴이라 생각합니다.

📌 내가 나를 다시 쓰는 시간

“나는 내가 왜 이런 사람이 되었는지 알고 싶어서 『아비투스』를 읽었고, 쓰기 시작했다.” 이 문장은 제 오늘의 결론이자, 이 책을 읽는 독자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말입니다.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때, 쓰는 것은 훌륭한 보완이 되어줍니다. 그저 필사라고 하기엔, 이 시간은 너무도 깊고 의미 있었습니다.

『아비투스』는 단순한 독서를 넘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그리고 그 문장을 따라 써 내려가는 그 시간이, 삶의 구조를 스스로 발견해가는 아주 소중한 여정이 되어줄 것입니다.

오늘도 저는 문장을 베껴 쓰며 조용한 울림을 만났습니다. 당신의 필사도, 그런 울림으로 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