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느린글쓰기5

소설이 어렵다면, 필사로 시작해보세요 – 은희경 작가의 『새의 선물』로 만난 문장의 깊이 📚 소설이 어렵다면, 필사부터 시작해보세요 – 소설은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문학이다. 하지만 그 문을 여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생각해보면 나 역시 한때는 소설을 어려워했다. 사건은 천천히 흘러가고, 문장은 함축되어 있으며, 말하고자 하는 바가 쉽게 드러나지 않으니 몇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손을 놓고 싶어졌다. 게다가 지금처럼 정보가 필요한 때에 소설은 무슨 소설, 하면서 하나라도 더 배워야지 라는 생각으로 자기계발서와 정보서 위주로 읽었던 때가 분명 있었다. 하지만 ‘필사’를 시작하면서 그런 마음은 조금씩 달라졌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시작엔 은희경 작가의 『새의 선물』이 있었다.『새의 선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다. 15살 소녀 진희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 이야기는, 단순한 성장소.. 2025. 5. 22.
김훈 『연필로 쓰기』 – 문장을 짓는다는 것, 살아낸다는 것 김훈 『연필로 쓰기』 – 문장을 짓는다는 것, 살아낸다는 것매일 글을 씁니다.짧게는 한 줄, 길게는 몇 페이지.책에서 마음에 남은 문장을 따라 적기도 하고,하루 동안 흔들렸던 감정을 일기처럼 쏟아내기도 합니다.그런데 가끔, 문장이 나를 밀어낼 때가 있습니다.아무리 써도 ‘이건 아니다’ 싶은 날,손끝에서 떨어지는 단어들이 너무 가벼워 보일 때.그럴 때 꺼내 드는 책이 있습니다.바로 김훈 작가의 『연필로 쓰기』입니다.✍️ 연필로 쓰는 사람의 고집과 겸손책 제목 그대로, 김훈은 연필로 글을 씁니다.지우개로 지울 수 있고, 쉽게 닳아 없어지는 연필.자주 깎아야 하고, 손에 힘을 줘야 하고,느린 속도로만 문장을 쓸 수 있는 도구.그는 일부러 연필을 택합니다.속도를 조절하고, 언어와 싸우고,생각보다 손이 먼저 나가.. 2025. 5. 21.
아무 문장도 마음에 들어오지 않을 때, 그럼에도 쓰세요. 오늘은 아무 문장도 마음에 들어오지 않은 날에는.어떤 날은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마음에 깊이 박히는 날이 있다.그 문장을 천천히 따라 쓰다보면 나도 몰랐던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그런 날의 필사는 유난히 부드럽고 따뜻하다.하지만 그와 다른 날이 있다.책장을 넘겨도, 밑줄을 친 문장을 다시 봐도,어느 하나도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 그런 날.📖 마음이 비어 있는 날의 필사필사를 시작한 이후로도 종종 ‘아무것도 쓰고 싶지 않은 날’을 마주하기도 했다.책상 앞에 앉고, 평소처럼 책을 펼쳤지만 눈에 들어오는 문장은 없던 그런 날.한 줄을 억지로 골라 써보았지만, 손끝이 낯설죠.그런 날은 누구에게나 있다.마음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지고,글자가 의미 없이 흘러가는 날.‘이럴 거면 굳이 써야 할까’라는 생각이 고개를 .. 2025. 5. 21.
노벨문학상 수상작 『세월』 – 아니에르노가 써낸 삶과 기억의 기록 점심을 먹고 난 오후, 조용히 책상에 앉아서 아니에르노의 『세월』을 펼쳤습니다. 마치 오래된 가족 앨범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이 책은 작가 개인의 삶을 따라가면서도 시대 전체를 관통하는 집단적 기억을 건드립니다.『세월(Les Années)』은 프랑스 작가 아니에르노가 1941년부터 2006년까지, 약 60여 년에 걸친 삶과 시대를 한 권에 담아낸 기록입니다. 이 책이 독특한 이유는 바로 “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역사”를 보여준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진정성이 바로 아니에르노를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이끌었죠.“그녀는…”으로 시작하는 문장, 그 안에 담긴 세대의 얼굴들『세월』은 일반적인 자서전과 다릅니다. 작가는 1인칭 “나”가 아닌, 3인칭 “그녀”로 자신을 서술합니다. 그 결과 독.. 2025. 5. 19.
디지털 시대, 왜 지금 필사를 시작해야 할까요? 감정 회복과 자기돌봄을 위한 손글씨 루틴 왜 지금, 필사가 더 필요한가요?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우리는 화면을 켭니다. 휴대폰을 손에 쥐고, 수많은 알림과 메시지를 확인하며 하루가 시작되죠. 언제부터였을까요. 삶의 시작이 ‘정보 소비’로부터 비롯되기 시작한 건. 빠르게 스크롤을 내리고, 짧은 영상과 짧은 문장을 넘기며 하루를 보내는 우리. 그런 하루 끝에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나는 오늘 무슨 생각을 했을까?”“내 감정은 어디 있었지?”“나는 정말, 나로 살고 있었던 걸까?”이런 물음은 어쩌면, 너무 많은 것들을 ‘보고’, 너무 적은 것들을 ‘느끼는’ 삶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요? 그 속에서 나는 ‘필사’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이 시대에, 왜 손으로 문장을 따라 쓰는 행위가 더 필요한지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필사.. 2025. 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