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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필사 아침 일상, 시편으로 시작하는 하루 기록

by 필사의 하루 2025. 5. 14.

 


새벽 4시. 인천에서 성수동까지 출근길을 소화하려면 새벽 5시부터는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출근시간에 대한 부담때문인지 새벽에 절로 눈이 떠진다. 아직은 깜깜한 새벽 공기 속에서 책상 앞에 앉았다. 따뜻한 물 한 잔을 책상 한쪽에 두고, 성경필사 노트를 펼쳤다. 필기감 좋은 펜을 손에 쥐고 천천히, 오늘의 성경필사를 시작한다.
몇 주간 이어온 욥기 필사의 마지막 장을 써 내려가는 순간, 마음이 묘하게 가라앉았다. 고통과 신앙, 질문과 침묵이 반복되는 욥기의 긴 여정을 따라 쓰는 동안, 내 마음도 여러 번 흔들렸기 때문이다. 필사를 하며 욥의 질문이 내 질문 같았고, 하나님의 응답 앞에서는 문득 말을 잃기도 했다.

욥기 필사를 마무리하며

욥기 전체를 필사하면서 느꼈던 건, 우리가 겪는 고통이 단순한 '시험'이나 '징벌'로만 해석되기엔 너무나 복잡하다는 것이다. 욥은 끊임없이 '왜?'를 묻지만, 하나님은 명확한 해답보다 그분의 존재 자체로 응답하신다. 필사하면서 그런 ‘침묵 속의 응답’이 오히려 더 깊이 마음에 남았다.
어쩌면 욥기를 필사한 시간은, 단순히 말씀을 따라 쓴 시간이 아니라, 내 삶의 고요한 질문들과 마주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오늘, 그 여정을 무사히 마친 자신에게 조용히 박수를 보내주었다.

시편으로 넘어가는 첫 아침

이제는 시편이다. 욥기의 무게감에서 옮겨온 이 첫 장은 조금 더 부드럽고, 정서적으로 따뜻하다.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로 시작되는 시편 1편을 쓰며, 기도하듯 천천히 한 글자씩 따라 적었다.
시편은 고백이자 찬양이고, 눈물 섞인 탄식이면서도 동시에 감사의 노래다. 그래서 필사하는 동안 나도 마음이 자주 요동쳤다. 특히 혼자 기도하기 어려운 날에는 시편의 언어가 나를 대신해 기도해주는 것 같아 더 애틋하다.
시편을 적는 동안 내 마음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하루하루가 기대되는 과정이다. 손으로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며 마음이 어떻게 다듬어지고 변화될지, 그 조용한 여정이 궁금하고 설렌다.

성경필사를 하며 생긴 작은 습관들

매일 아침 필사를 이어오면서 생긴 나만의 습관들이 있다. 말씀을 쓰기 전엔 짧게 묵상하며 하루를 주님께 맡긴다. 글씨가 삐뚤해도 괜찮다. 중요한 건 ‘내가 말씀을 향해 마음을 열고 있는가’이지, 글씨체의 정갈함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사한 기록을 다이어리에 적어두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렇게 기록된 날들이 쌓이면, 그것 자체로 내가 믿음을 이어왔다는 ‘증거’가 된다. 어떤 날은 무기력해서 겨우 몇 줄만 쓸 때도 있었고, 어떤 날은 두세 장을 마음껏 적기도 했다. 그 모든 날이 다 나의 신앙이고, 나의 하루였다.

오늘도 말씀 위에 하루를 놓습니다

성경필사는 나에게 하루의 시작이자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는 루틴이다. 단 10분이라도 말씀 앞에 머무는 시간, 그 시간이 내 하루의 분위기를 바꾸고 마음의 시선을 바로잡아 준다.
오늘은 욥기를 마치고, 시편을 시작한 날.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아침이었다. 조용한 책상 앞에서, 말씀을 한 자 한 자 옮기며 마음을 정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하루를 열었다.
성경을 읽는 것도 귀하지만, 써 내려가는 행위는 또 다른 깊이로 말씀을 내 안에 심는 일이다. 말씀을 손으로 적는 오늘의 이 평범한 시간이, 앞으로의 삶에 단단한 뿌리가 되어주리라 믿는다.
“주야로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며 그 율법을 묵상하는도다.” (시편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