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누구나 하루의 무게가 어깨에 남아 있지요. 바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호흡으로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소중합니다. 저에게 그런 시간이 바로 ‘저녁 필사 루틴’입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필사를 하는 시간은 단순히 글을 베껴 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가다듬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 작은 의식처럼 느껴집니다. 오늘은 제가 퇴근 이후 실천하고 있는 필사 루틴을 소개해보려 해요. 혹시 하루의 끝을 좀 더 조용하고 단단하게 보내고 싶다면, 이 루틴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 퇴근 후 30분, 나만의 리듬 찾기
회사에서 돌아오면 배고픔을 달랠 저녁을 해먹고, 간단하게 씻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정성껏 준비합니다. 조명이 너무 밝지 않도록 노란빛 스탠드를 켜고, 스마트폰은 알림을 꺼둡니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유튜브 BGM을 조용히 틀어두면 훨씬 분위기가 집중이 잘돼요.
2. 오늘의 필사 책
필사할 책은 요즘 참여하는 북클럽 책이나 저녁에 집중하고 싶은 책을 집어들어요. 특별한 규칙은 없어요. 그날의 기분이나 생각에 따라 마음을 움직인 문장을 고르면 됩니다. 어제 읽던 책이 꼭 아니어도 됩니다. 그 어떤 책이든 내 마음에 들어오기만 한다면, 단 한문장이 들어온다해도 됩니다.
3. 필사 시작 – 천천히, 조용히
좋아하는 노트와 펜을 꺼내 필사를 시작합니다. 저는 주로 필사별로 노트를 따로 둡니다. 상관없어요. 이때 중요한 건 ‘천천히’ 쓰는 것입니다. 글씨를 잘 쓰려는 부담은 내려두고, 문장의 리듬에 집중해보세요. 손의 속도가 느려질수록 마음은 조용해지고, 문장 하나하나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느껴질 거예요.
저는 이 시간을 '정리'보다는 '수납'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동안 흔들린 감정들을 글 한 줄 한 줄에 담아 조용히 접어 넣는 거죠.
저는 또 필사에 재미를 조금 더 보태서 여러가지 필사 노트 꾸미는 마스킹테이프, 스티커 등을 이용하는데 나중에 소개할께요.
4. 필사 후 짧은 일기 한 줄
필사를 마친 뒤에는 필사한 문장에서 느낀 점이나 오늘 하루의 감정을 짧게 써봅니다. “오늘 이 문장이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혹은 “내일은 조금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다.” 같은 한두 줄로도 충분합니다. 필사에 일기를 더하면 나중에 다시 펼쳐봤을 때 그 날의 감정까지 함께 기억하게 되더라고요. 이건 꼭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누구도 보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작성하세요. 오롯이 나만을 위한 필사입니다.
5. 마무리는 기록정리로
필사를 마친 후에는 필사노트를 펼치고 사진을 찍어둡니다. 나중에 사진을 보면서 그때 내가 이 책을 읽었구나, 이 구절을 좋아했구나 하면서 돌아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하루를 천천히 닫습니다. 필사를 통해 정리한 마음이 몸으로도 스며드는 기분입니다.
저녁 필사는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
누군가에게는 글쓰기, 누군가에게는 명상처럼 느껴질 수 있는 저녁 필사 루틴. 저에게는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가장 조용하고 평화로운 의식입니다. 하루에 단 10분만이라도 조용히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그 하루는 조금 더 의미 있게 남을 거예요.
오늘도 수고한 나에게 따뜻한 문장 한 줄을 선물해보세요. 퇴근 이후의 저녁, 조금 더 온화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