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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하고 싶어지는 책-김이설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by 필사의 하루 2025. 5. 31.

 


📖 서늘하고 조용하게 스며드는 이야기

“작은 숨이 모여서 삶이 된다면, 나는 오늘도 그렇게 살아간다.”
바쁜 일상 속, 때로는 이유도 없이 마음이 흐트러질 때가 있어요. 특별히 나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어디선가 조용히 무너지고 있는 것 같은 날. 그럴 때 저는 책장을 조용히 넘깁니다. 나를 붙잡아 줄 문장이 필요하니까요.
김이설 작가의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은 그런 순간에 어울리는 소설이에요. 짧고 단정한 이야기 속에, 결코 짧지 않은 삶의 진실이 숨어 있어요.
이 책은 총 6편의 단편을 담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인물과 사건, 감정을 무심한 듯 고요한 문장으로 풀어냅니다. 하지만 그 무심함은 오히려 깊은 배려처럼 느껴집니다. 누군가의 고통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그 옆에 조심스럽게 함께 머물러주는 문장들이 모여 있어요. 따뜻하다고 하기엔 서늘하고, 냉정하다고 하기엔 다정한 — 그런 문장들이요.
그래서일까요. 이 책은 읽는 동안 끊임없이 마음을 쓰다듬는 느낌을 줍니다. 울컥함과 쓸쓸함 사이에서, 조심스러운 위로가 조용히 스며듭니다.


✍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왜 필사로 만나고 싶었을까

이 책은 ‘필사하고 싶은 책’이에요. 한순간에 폭발하지 않지만, 잔불처럼 그 여운이 오래 남는 문장이 참 많거든요. 한 문장, 한 문장 따라 쓰다 보면 내가 아닌 누군가의 삶에 천천히 물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돼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진심으로 필사용 책으로 추천드려요.

 

“잘 깎은 연필을 쥐었다. 오늘은 쓸 수 있을까. 저 창문에 흔들리는 목련 가지에 대해서, 늦은 밤 귀가하는 이의 가난한 발걸음 소리에 대해서, 갓 시작한 봄의 서늘한 그늘에 대해서 쓰고 싶었으나 결국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누워버렸다.”

쓰고 싶지만 마음에 갇혀서 쓰지못하는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문장이지 않았을까.

“인생은 길고 넌 아직 피지 못한 꽃이다. 주저 앉지마.”

온전히 자신에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간절히 원했던 그녀. 필사하며 조용히 스스로를 다시 세우던 그녀. 포기하지 않고 피어내려고 마지막 한 줌 용기를 낸 작품 속 그녀를 응원하며, 그녀의 '시'가 반드시 꽃피우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습니다.
읽는 내내 그녀의 마음과 함께 지치고, 울고, 또 함께 일어나는 것 같았던 시간이었어요.


📚 단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

여섯 편의 단편 중에서도 저는 표제작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이 가장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정류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유의 기다림과 떠남의 분위기.
‘필사의 밤’이라는 말에 담긴 절박함과 희망.
그 둘이 만나면서 이 소설은 묘하게도 저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특히 저는 제 블로그명을 ‘필사의 하루’라고 지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그 마음도, 이 이야기 속 그녀의 마음과 닮아 있지 않았을까. 필사는 누군가의 시간을 따라 쓰는 일이면서, 동시에 나의 시간을 회복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작중 인물들이 안고 있는 상처는 결코 특별하거나 과장되지 않아요.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나도 모르게 ‘내 이야기 같아’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 바로 이런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닐까요?


📝 필사하며 함께한 도구 추천

저는 이 책을 필사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도구들을 사용했습니다. 필사는 단순한 베껴쓰기 이상이에요. 누군가의 삶을 조용히 따라가고, 그 마음을 비추는 일이죠. 그래서 도구도 조심스럽게 고르게 되더라고요.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책
잔잔하지만 단단한 문장들. 슬픔도 희망도 너무 크지 않게 다가와요.
필사하는 마음을 알기에도, 그래서 필사를 시작하기에도 좋은 책입니다.

 
블랙윙 연필
연필 한 자루에도 감정이 실릴 수 있다면, 바로 이 연필이 그랬어요.
부드럽게 써지는 흑연과 손에 잘 감기는 그립감. 긴 글을 써도 지치지 않아요.
책에 밑줄을 그을 때, 혹은 문장을 정리할 때 늘 이 연필을 찾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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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리하며

김이설 작가의 소설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아요. 오히려 ‘말하지 않음’으로 더 많은 것을 전해요.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을 필사하며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조용한 문장이, 때로는 가장 강력한 울림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어쩌면, 누군가에게 이 책은 오늘 하루를 버틸 이유가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요.
읽고, 쓰고, 마음을 묻고 싶은 이들에게,
이번 주말, 이 책과 함께 조용한 시간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