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매일 쓰는가 – 필사와 일기, 나를 지켜주는 두 개의 루틴
누군가 하루에 꼭 하는 루틴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쓰는 거요. 아침엔 필사, 저녁엔 일기요.”
이 두 가지는 내 하루의 시작과 끝을 붙잡아주는 작은 닻이다.
하루에 단 10분씩이라도, 손으로 문장을 옮기고, 내 마음을 적어두는 이 행위는
그 어떤 습관보다도 나를 단단하게, 또 유연하게 만들어준다.
요즘처럼 외부 자극이 넘치고, 감정이 쉽게 소모되는 시대엔
자기 자신을 위한 루틴 하나쯤은 꼭 필요하다.
그리고 나에게 그 루틴은 바로 ‘쓰기’였다.
✍️ 필사 – 타인의 문장을 빌려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
필사는 좋은 문장을 손으로 따라 쓰는 아주 단순한 행위다.
하지만 단순하다고 해서 얕은 것은 아니다.
나는 아침에 성경이나 책 속 문장을 한 줄씩 천천히 필사한다.
그 시간은 외부의 소음이 닿지 않는 나만의 작은 성소 같은 공간이다.
한 문장을 따라 쓰는 동안, 내 마음은 조금씩 정돈된다.
생각이 가라앉고, 감정이 차분해진다.
어떤 날은 그 문장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고,
어떤 날은 아무 감흥 없이 지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괜찮다.
필사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하는 행위’가 아니라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 일기 – 내가 나에게 쓰는 가장 솔직한 말
퇴근하고 씻고 나면, 책상 앞에 앉는다.
그날 있었던 일을 복기하고, 느꼈던 감정을 쓰며 하루를 정리한다.
때로는 문장이 흐트러지고, 맞춤법이 틀려도 그냥 그대로 두기도 한다.
일기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니까.
가끔은 어떤 사건에 화가 나서 일기장에 고백하듯 써 내려가기도 하고,
어떤 날은 마음이 이상하리만치 고요해서 단 한 줄만 적고 덮기도 한다.
중요한 건 ‘쓴다’는 그 자체이다.
그날을 언어로 옮겨 적는 행위만으로도
나는 내 감정과 하루를 복기하고, 정리할 수 있다.
💡 필사와 일기, 쓰는 목적은 다르지만 힘은 같다
필사는 나 아닌 타인의 문장을 빌려 나를 돌아보는 행위다.
일기는 오로지 내 언어로 나를 드러내는 행위다.
겉보기엔 다르지만, 둘 다 ‘자기 돌봄’이라는 본질적인 공통점을 지닌다.
하나는 내가 원하는 나를 향해 나아가게 도와주고,
하나는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해준다.
- 필사는 나를 ‘정돈’시키고,
- 일기는 나를 ‘이해’하게 만든다.
그 둘이 함께할 때, 내 하루는 훨씬 더 안정적이고 균형 있게 채워진다.
🧠 감정과 생각을 언어로 구조화하는 힘
‘쓰기’의 힘은 생각보다 더 크다.
감정은 쌓이면 막연해지고, 생각은 흐르면 흐트러진다.
하지만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면 다르다.
손으로 문장을 써내려가다 보면
막연하던 감정이 명확해지고,
흐릿하던 생각이 선명해진다.
특히 요즘처럼 스트레스가 쉽게 쌓이고, 멘탈이 자주 흔들리는 시기에는
그 감정과 생각을 흘려보낼 통로가 필요하다.
나에게 "필사와 일기"는 그 통로를 만들어주는 가장 안정적인 도구다.
📌 글을 쓰는 당신에게 필요한 건 ‘좋은 도구’가 아니라 ‘지속성’
처음 필사와 일기를 시작할 때
나도 멋진 펜과 노트를 사야 할 것 같았고,
꾸준히 쓰지 못하면 의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알게 되었다.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도구'가 아니라 ‘지속성’이라는 것을.
하루에 한 줄만 써도 괜찮다.
중간에 쉬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다시 펜을 들 수 있는 ‘의지’이고,
그 ‘쓰기의 반복’이 어느 순간 나를 바꾸게 된다는 것이다.
✍️ 오늘도 나는 쓴다
아침엔 누군가의 문장을 따라 쓰고,
저녁엔 내 감정을 따라 적는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루틴은
내 마음을 한결 다정하고 또렷하게 만들어준다.
어쩌면 ‘쓴다’는 건 결국
‘지금의 나를 기록하고, 미래의 나에게 건네는 편지’일지도 모른다.
그 작은 쌓임이 모여 어느 날은 흔들림 없이 단단한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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