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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의하루19

『토지』8권 필사, 월선이를 보내면서 조용히 울고 말았다 『토지』 8권을 필사가 막바지에 이르던 밤, 나는 필사하다 말고 한참을 멈춰 있어야 했다. 그 장면을 쓰는 내내 마음이 무너졌고, 문장을 따라 쓰면서 결국 눈물을 쏟고 말았다. 월선이. 그녀의 마지막이, 그녀의 기다림이, 그녀의 사랑이 너무도 가슴 아팠다.책을 읽을 때도 마음이 아팠지만, 필사는 다르다. 문장 하나하나를 손으로 옮기는 동안, 나는 그 인물의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번 권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장면은 월선이의 죽음, 그리고 용이와의 마지막이었다. 그녀는 용이가 도착할 때까지 눈을 감지 않았다. 끝까지 기다린 것이다. 끝까지 사랑한 것이다.인물로 읽는 『토지』 – 월선이라는 존재월선이는 『토지』의 많은 인물들 중에서도 유난히 조용한 사람이었다. 누구보다 상처받은 과거를 지녔지만, 드러.. 2025. 5. 29.
『휴남동 서점』, 책과 커피 그리고 사람의 온기가 있는 이야기 📚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책, 『휴남동 서점』이 소설에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해요. 책, 동네서점, 책에서 읽은 좋은 문장, 생각, 성찰, 배려와 친절, 거리를 지킬 줄 아는 사람들끼리의 우정과 느슨한 연대, 성장,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 그리고 좋은 사람들. 이 소개로 이 책 설명은 끝.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커피, 커피도 있어요. “서점이 없는 마을은 마을이 아니다. 스스로 마을이라 부를 수는 있겠지만 영혼까지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자신도 알 것이다.”— 닐 게이먼 이 문장이 이 책의 첫 장에 소개되어있어요. 닐 게이먼의 이 말 한 줄만으로도 이 소설이 어떤 내용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있어요. 네. 『휴남동 서점』은 책과 서점, 그리고 삶의 쉼에 대해 따뜻하게 이야기하는 소설입니.. 2025. 5. 27.
은유 『쓰기의 말들』 – 삶을 문장으로 옮겨 적는 연습 『쓰기의 말들』 필사 – 삶을 문장으로 옮겨 적는 연습 저는 매일 글을 쓰지 않아요. 하지만 매일 문장을 쓰기 위한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책을 읽고, 필사를 하고, 기록을 남기는 거죠. 그리고 그 시간들은 결국 '쓰는 나'를 향해 조용히 걸어가는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은 그런 나의 일상에 더 깊은 이름을 붙여준 책이에요. "삶을 글로 옮기고 싶은 사람에게 들려주는 말들의 힘", 이 책을 읽고 쓰며 저는 다시 한번 문장의 가능성, 그 힘에 대해 믿게 되었습니다.📖 '쓰는 사람'을 위한 문장들『쓰기의 말들』은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 따뜻하고 단단해서 좋아요. 그래서 필사하는 시간이 너무 행복했어요. 작가가 직접 쓰고 읽어낸 문장들이, 내 손끝에 닿는 순간 저만의 언어로 다.. 2025. 5. 26.
『아비투스』 필사 – 나를 지배하는 무형의 힘을 마주하다 주말 아침, 조용히 책 한 권을 펼쳤습니다. 『아비투스』 – 우리를 지배하는 무형의 힘이라는 이 책은, 첫 문장부터 날카로웠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제 내면을 끊임없이 흔들었습니다.읽으며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였습니다. “나는 왜 이런 선택을 해왔을까?” 그리고 그 질문에 답을 주는 단어가 바로 아비투스(habitus)였습니다.📚 아비투스란 무엇인가 – ‘나’의 배경을 구성하는 무형의 구조‘아비투스’는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제시한 개념으로, 개인의 습관, 취향, 가치관, 판단 기준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설명하는 말입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자라온 환경과 사회적 맥락 속에서 몸에 밴 무의식적인 행동과 사고방식을 뜻해요.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트로트를.. 2025. 5. 25.
소설이 어렵다면, 필사로 시작해보세요 – 은희경 작가의 『새의 선물』로 만난 문장의 깊이 📚 소설이 어렵다면, 필사부터 시작해보세요 – 소설은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문학이다. 하지만 그 문을 여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생각해보면 나 역시 한때는 소설을 어려워했다. 사건은 천천히 흘러가고, 문장은 함축되어 있으며, 말하고자 하는 바가 쉽게 드러나지 않으니 몇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손을 놓고 싶어졌다. 게다가 지금처럼 정보가 필요한 때에 소설은 무슨 소설, 하면서 하나라도 더 배워야지 라는 생각으로 자기계발서와 정보서 위주로 읽었던 때가 분명 있었다. 하지만 ‘필사’를 시작하면서 그런 마음은 조금씩 달라졌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시작엔 은희경 작가의 『새의 선물』이 있었다.『새의 선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다. 15살 소녀 진희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 이야기는, 단순한 성장소.. 2025. 5. 22.
노벨문학상 수상작 『세월』 – 아니에르노가 써낸 삶과 기억의 기록 점심을 먹고 난 오후, 조용히 책상에 앉아서 아니에르노의 『세월』을 펼쳤습니다. 마치 오래된 가족 앨범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이 책은 작가 개인의 삶을 따라가면서도 시대 전체를 관통하는 집단적 기억을 건드립니다.『세월(Les Années)』은 프랑스 작가 아니에르노가 1941년부터 2006년까지, 약 60여 년에 걸친 삶과 시대를 한 권에 담아낸 기록입니다. 이 책이 독특한 이유는 바로 “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역사”를 보여준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진정성이 바로 아니에르노를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이끌었죠.“그녀는…”으로 시작하는 문장, 그 안에 담긴 세대의 얼굴들『세월』은 일반적인 자서전과 다릅니다. 작가는 1인칭 “나”가 아닌, 3인칭 “그녀”로 자신을 서술합니다. 그 결과 독.. 2025. 5. 19.